스물여덟, 이제까지 난 계속 혼자 살아왔다.
그 '혼자'라는 건 여자친구가 없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지만 굳이 그것만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지금도 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난 계속 혼자인 채로 살아왔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능력이 아닌 인간적인 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필요에 의해 인간관계라는 것이 결정된다는 게 생각해보면 조금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따지고 보면 나에게 다른 사람들이라는 존재는 같이 있어주면 좋은 거고 없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그런 존재들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난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하지만 곧 서른이라는 나이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그걸 느끼게 된 건 불과 얼마 전부터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정말 '차로 1시간 거리 이내에 만나서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딴 곳이어서일까.
집에 앉아있다 보면 문득 다른 사람이 생각나고, 그들이 내 주변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그리고 또 그들이 내 필요에 의해 내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스물여덟. 사랑이 아닌 사람에 대한 외로움이란 걸 이제서야 알았다.

문제는, 이제까지 내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터라
이젠 다른 사람들이 필요해져버린 이 시점에도 그들을 내 맘대로 나타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굳이 가까이에 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움직임에 반응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앞에 있는 누군가가 아닌
모니터 건너에 있는 누군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정말 미친 듯이 슬프다.

난 왜 이제까지 꼿꼿이 홀로 서 있으면서 외롭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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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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