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 선반 위의 무료신문을 수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몇십, 몇백원 벌려고 손이 잘 닿지도 않는 선반 위의 폐지들을
수거하시는 모습을 보면 좀 찡해지기도 하고 해서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한두번은 도와드린 적도 있구요.

하지만 오늘 본 두 번의 '폐지 헌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좋게좋게 생각하기엔 좀 심하게 귀찮아서
출근할때도, 퇴근할 때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출근시간.
오늘 아침엔 상당히 놀랄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앞에 있던 여자분이 간질 발작인듯한 증상을 일으켜 쓰러졌던 것이죠.
전 그런 증상을 첨 봤는데,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이 굳어지더니 나무 쓰러지듯이 옆으로 픽 쓰러지더군요.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도와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여자분은 금방 정신을 차리더니, 다음 역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미드 감상에 집중하던 찰나,
출근시간 지하철의 그 복잡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폐지 헌터'할아버지였던 것이죠.
꽤나 빡빡한 지하철의 중간 통로를 개척(?)하면서 제 근처까지 접근한 할아버지는
폐지가 놓인 선반 앞에 서 있던 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마구잡이로 저를 비롯한 사람들을 밀어제끼면서
목표물인 선반 위의 폐지를 수거해 가셨습니다.
그러고는 또 그 사람 많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다른 곳의 폐지를 수거하러 가시더군요.
사실 폐지 수거하시는 분들의 청결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죠. 냄새도 좀 나고.
그래서 살짝 기분이 상했고, 출근하는 사람들 따위는 'out of 안중'인 할아버지의 막무가내 행동을 보며
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퇴근시간.
오늘은 그러고보니 지하철 에피소드가 많네요. 퇴근시간에는 지하철 문에 끼는 사고가 있었습니다-_-
원래 지하철을 급하게 타는 편이 아닌데, 같이 퇴근하시는 분들을 따라가다 보니 스크린도어에 끼는
아주 민망한 경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뭐 각설하고, 퇴근시간에도 지하철이 꽤 붐볐습니다. 출근시간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근데 이 붐비는 지하철에 어김없이 폐지 수거 할머니가 또 나타났습니다.
요즘엔 무료일간지가 석간신문도 몇 종류 나오는 터라 퇴근시간에도 일을 하시나 봅니다.
근데 이 할머니가 신문이 있는 선반 앞에 서 있는(그러고 보니 오늘은 지하철 자리를 두번 다 잘못 잡은듯;;)저를
손으로 거칠게 밀치시더니, 신문을 집어가시더군요.
딱 '바쁜데 비켜라'라는 말이 들리는 듯한 행동이었습니다.
아침의 일도 있고 해서 안 그래도 신경이 좀 쓰였는데, 그런 행동을 또 당하니 기분이 상당히 나쁘더군요.
뭐 그렇다고 할머니에게 뭐라고 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요;;


앞서 밑밥을 깔았듯이, 전 폐지 수거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그닥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근데 오늘 같은 일을 당하니, 마냥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만도 없게 되더군요.
굳이 사람 많은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꼭 사람들 비집고 다니면서 폐지 수거를 하셔야 되는지....

경쟁이 심해져서 그런 것인가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다른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되는 거죠.
(꼭 폐지수거하시는 분들 아니더라도, 사람 많은 데서 비집고 돌아다니면 짜증나기 마련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이시고, 딱한 사정도 대충 아는 터라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소심하기도 하고-_-)
상당히 짜증나는건 짜증나는 겁니다.

출근시간에 그러고 돌아다니는 거 보면 짜증은 나는데, 사정 이야기도 들으면 안쓰럽기도 하고...
결국 또 결론은 '노인생계대책 없는 MB가 나쁜 놈이다'로 갑니다;;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죠-_-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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