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으로 배달되어 온 선거 안내문과 전단지.>
오늘 선거 안내문이 왔습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데 집 앞에 다소곳(?)히 놓여져 있더군요.
직접 받아보는 첫 번째 선거 안내문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봉투를 열어 안내문과 전단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웃기는건,
투표하면 무슨 국립박물관/미술관 등 국립 문화시설 할인권을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투표의 즐거움을 누리다'란 카피와 함께 원더걸스가 '투표참여자 우대제도 안내'전단지 위에 자리잡고 있군요.
어떻게든 투표참여율을 높여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근데 왜 하필 '원더걸스'일까요. 투표권도 없는 애들이 투표하자고 하니까 뭔가 좀 언밸런스해 보이는것도 같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원더걸스 좋아합니다만-_-
지역구 후보자 전단지와 비례대표 정당 전단지를 차례차례 보겠습니다.
전단지가 없는 후보/정당도 꽤나 되는군요.
'전단지가 없는 후보는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아서'라고 봉투 전면에 설명까지 해놓았습니다만
그럼 뭘 보고 찍으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지역구 후보 명단과 정당 명단이라도 흑백인쇄해서 동봉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광진(갑)지역구 출마자 전단지>
특정 후보의 전단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더걸스 찌라시(-_-)를 앞에 뒀습니다.
근데 부각될 건 부각되어버리는군요;;;
(전 절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관련이 없습니다-_-)
선거 전단지 아니랄까봐 네 부 전부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찍혀 있군요.
참 고전적인 스타일입니다.
만약에 선거 벽보나 전단지 전면에 후보자 얼굴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선거를 '얼굴보고'하는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안쪽으로 넘겨보니 지역구 후보 전단지 4부 모두 2면(표지 뒷면)에
학력, 재산, 병역필여부와 세금납세내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아마 선거법으로 표기하게끔 해놓은 듯 싶습니다.
학력이나 재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병역필여부와 세금납세내역이 투표자 선택에 도움을 주는 정보라고
법적으로 표시까지 해놓게 만들어 놓았으니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당연히 국민이라면 해야 하는것들 아닌가요?
당연한 걸 가지고 후보자 선택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내용은 뭐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후보자 자랑이 서너 페이지가량, 공약소개가 역시 두세 페이지가량입니다.
근데 공약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지역 내 누구나 관심 갖고 있는 중대 현안 몇가지와 '우리동네 발전시켜 보겠습니다'풍의 공약들.
웃기는건 네 후보 전부 '뉴타운'관련 언급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동네가 아파트도 없고 좀 오래된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전부 재개발 소리들 뿐일까요.
표를 가진 중장년층은 역시 땅값만한 미끼가 없다는 걸까요.
다들 땅에 미쳐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비례대표 선거 전단지>
비례대표 선거 전단지(정당 전단지)입니다.
역시 맨 위의 전단지는 원더걸스로 가렸습니다.
(괜한 오해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_-)
엄청나게 많군요. 대한민국에 '국회의원을 보유하려는 정당'이 이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선거 때에 미리 선관위에 돈을 얼마 묻고(...)선거해서 득표율에 따라 반환받는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그 돈을(억단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면서까지 모험을 하는 정당이 꽤 많습니다.
사실 비례대표 중에 한명이나 되겠나 하는 '듣보잡'정당도 수두룩해서 말이죠.
정당 전단지라서 전면에 얼굴은 없습니다.
대신 이미지와 함께 카피 하나씩이 자리잡고 있는데, 정당별로 지난 대선때와 비슷한 내용들이 보이는군요.
자나깨나 그 허깨비같은 '경제 살리기'만 붙잡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지난 대선때부터 반듯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이회창씨의 자유선진당 같은 데는 거의 지난 대선과 똑같습니다.
(이회창씨는 대선때마냥 전면에 얼굴이 찍혀 있군요)
지난 대선때 무슨 컨셉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민주당은
(그만큼 저번 대선때 민주당은 별 특색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BBK만 물고 늘어지고)
1%에 집중한다고 욕먹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노린 듯 99%를 대문짝만하게 박아 놨습니다.
민노당은 언제나처럼 진한 오렌지색 컬러에 흑백 사진이 조합되어 있네요.
민노당의 '얼굴'급이던 두 의원은 저 뒤 13번 진보신당에서 밥상을 깔아놓고 둘이 앉아서 사진을 찍어놨습니다.
근데 이제 밥상 이야기만 나오면 황정민이 생각나는건 저 뿐일까요;;
블로고스피어에서'만' 선풍적이었던 문국현씨의 창조한국당은 지역구 출마 의원이 얼마 없어서인지
'1표는 인물에, 1표는 창조한국당에'란 카피를 썼습니다.
문국현씨의 '사람이 희망이다' 글귀는 자주 보아 왔지만 그래도 인상적이군요.
친박연대(이름 좀 신경써서 짓지 아무리 급했다고는 해도 친박연대가 뭡니까-_-)는 박근혜씨와 서청원씨가
손수건 들고 눈물짜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나머지(이렇게 표기하는데 의의 없으시리라 믿습니다;;)두 전단지는 각각 기독당과 평화통일가정당이군요.
기독당은 너무 노골적으로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고 있어서 좀 보기가 그렇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평화통일가정당은 군소정당임에도 불구하고 8면이나 되는 '메이저급의'전단지를 보여줍니다.
정체가 뭔가요, 지역구에서도 군소정당 후보 중에는 유일하게 전단지도 들어있고 현수막도 걸었던데.
어익후, 껍데기 감상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했군요;;
근데 사실 내용은 별로 볼게 없습니다.
아까 지역구도 그랬지만, 비례대표에서도 그닥 눈에 띄는 공약을 찾을 수가 없어요.
다들 비슷비슷한 것도 비슷비슷한 거지만, 다들 '뜬구름 잡는 소리'만 써놓았다는게 참 맘에 안듭니다.
무슨무슨 공약들을 주루룩 나열은 해 놓았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건 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도 아니고 말이죠.
물가안정 하겠다, 등록금 낮추겠다, 경제 살리겠다 말이야 누가 못합니까.
그런 것보다 정당 전단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들은 '정치적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독주 견제, 정권교체 지지,그들만의 잔치 등등...
선거는 바둑이나 체스가 아닌데도, 전단지에서는 자꾸 선거를 '수 싸움'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국민들도 사실 '누가 이겼나'에 관심을 더 두는 것이 현실이구요.
사실 이런걸 '감상문'까지 써서 포스팅한다는 게 웃기기는 한데,
비싼 돈 들여 만들었을 전단지 내용들이 다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게 못마땅해서 써 보았습니다.
언제쯤이면 후보자와 정당의 공약을 '브리핑'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ps. 선거하고 나중에 중앙박물관이나 가봐야겠습니다.
왠지 이 이벤트가 '투표참여 유도'가 아니라 국립 문화시설 마케팅에 더 가까운것 같아요;;
평소같으면 별 관심 없었을 저같은 사람도 중앙박물관을 가겠다고 이러는거 보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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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