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학교가 '교복을 찢어버릴 만큼 싫은' 곳이 되어 버렸나

요즘 '알몸 졸업식'때문에 말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중고딩들이 졸업식이라는 이벤트에 정신줄을 놓고 미친짓을 하는 건
예전에도 아주 없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옷을 찢어발기는 그런 짓까지는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단체로 교복을 찢어발기고,
많은 사람 앞에서 속옷차림이 된 것도 모자라
길거리까지 나와 무슨 자랑났다고 사진찍으며 지랄들을 떨고 있군요.

저도 뉴스기사나 블로그를 통해 그런 사진들을 접했고,
'미친놈도 이런 미친놈들이 없구나'하며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놈들이 제 뒤를 이어 성인이 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히고
거창하게도 이 나라의 앞날이 어둡구나 하는 노인네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이들은 이런 정신나간 짓을 하는 것일까요?
누군가 그들에게 직접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하면
아마 그들은 '재밌잖아요' '졸업식이니까 즐겨야죠'따위의 대답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서 내놓는 대답은 '해방감을 만끽하려고'정도가 되겠죠.
뭐 졸업식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는 건
저 또한 수년전에 경험했었던 일이니, 그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뒤집어놓고 생각해 볼 때,
학교가 얼마나 싫었기에 그곳을 벗어나는 졸업식 날에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할 만큼의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일까요?

비록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를 생각해 봅니다.
물론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기도 했기에 해방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런 해방감과 동시에 떠나야 하는 학교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자주 보지 못하거나 영영 못보게 될 지도 모르는 여러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교차하면서
마냥 기쁘고 신나는 기분만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다시 가는 것이 최고의 악몽'인 군대를 제대하던 그날에도
최고의 기쁨을 느끼기는 했지만 군복을 찢고 거리를 돌아다닐 만큼 기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런 해방감과 기쁨을 느끼는군요.
분명 옷을 찢고 벗어버렸던 그들이
멀쩡히 졸업식에 임했던 다른 수많은 졸업생들과는 좀 다른 '미친놈'들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가 '옷을 찢어버릴 정도로 벗어나고 싶었던' 장소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오래 전 그곳을 벗어나 있는 한 선배의 입장에서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