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SEASON 5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EBS 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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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e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EBS에서 하는 5분짜리 프로그램인데,
딱 5분간만 하는 프로그램이라 본방 챙겨보기 지독하게 힘든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EBS라는 채널이 주구장창 틀어놓을 만한 성격의 채널도 아니고,
(지식채널e를 보기 위해 수능본지 10년이 된 내가 수능특강을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다른 채널을 보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시작했다 끝나버려 놓치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전에는 한방에 몇편씩 모아서 해 줬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것도 안하는 것 같고.
암튼 그래서 난 아예 속편하게 홈페이지 가서 다시보기를 이용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프로그램은 다시보기가 공짜라서 부담이 없다.
(지식채널 e 다시보기: http://home.ebs.co.kr/jisike/main.jsp)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다 보니, 몇년 전에 프로그램 내용들을 모은 지식 e라는 단행본 서적이 출간되었다.
물론 책에 모든 에피소드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대신 티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각각 에피소드들에 담겨 있는 자세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주며 티비와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는지 이 책은 꽤나 잘 팔렸고, 덕분에 시즌 2 시즌 3 계속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지식채널의 최신작 시즌 5가 출간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해서 택배로 책을 받아본 순간, 살짝 놀랬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던 이전까지의 시리즈에 비해 확 줄어든 볼륨 때문이었다.
시즌 1과 시즌 2는 책당 40개의 에피소드, 3과 4는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에 비해 시즌 5는 달랑 20개의 에피소드 뿐이다.
책값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살짝 분노했는데, 다 읽고 책을 덮은 지금 느끼는 건
"역시 적다"는 것이었다.
금요일날 책을 사서 토요일날 인천을 다녀오면서 지하철 안에서 읽고, 오늘 집에서 좀 읽었는데
책이 끝나버렸다. 물론 아주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전편들도 오랜 시간동안 읽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줄어들어버린 10개의 에피소드들은 확실히 '내용이 적어졌다'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뭐 책의 분량이 책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겠지만,
좀 적나라하게 말하면 자장면 곱배기를 먹다가 보통으로 줄어버린 느낌이랄까. 암튼 그렇다.


자장면 곱배기 같은 책 분량 이야기는 그만하고, 책 내용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정신이 없는 터라 지식채널 다시보기를 통 챙겨보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있는
20개의 에피소드는 티비에서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에피소드들이었다.
물론 분명히 티비에서 방송이 되었던 내용들이었겠지만.
그리고, 이번에는 구성이 약간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에피소드에 관한 직접적인 배경지식들로
에피소드의 뒷이야기가 구성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에피소드와 관련성이 있는 인물의 인터뷰만으로
에피소드 뒷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총 20개의 에피소드 중 16개의 에피소드에 인터뷰가 붙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총 16명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사건에 대한 설명 형식으로 구성되어 어느정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전편들에 비해 이번에는
인터뷰어들의 인터뷰 내용이 주가 되는 덕분에 안그래도 다분히 '좌파적'이었던 지식e는
훨씬 더 적나라하게 '좌파들'이 떠드는 사회현실에 대해 보여준다.
(인권문제, 환경문제, 언론문제, 인종문제 등의 여러가지 문제를 하나로 묶는 가장 효과적인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좌파'다. 그런 측면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전편들에서는 그래도 과학상식이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내용들이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5편은 아예 대놓고 사회현실 문제 이야기만 한다. 오죽하면 책띠에 씌여진 카피가
'당신의 오늘을 묻습니다'일까. 이번에는 작정하고 '좌파적인 문제'들, 즉 인권, 인종, 환경, 사회대안 등의
주제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런 다소 민감한 주제들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인터뷰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강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다소의 사회참여적 성향을 가진 잡학사전이었던 최초의 지식e에 비해 확실히 이번 5편은
지식채널e의 제작진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베스트셀러 시리즈'라는 파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실어보내려고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덕분에 책에서 정치적인 냄새가 훨씬 강하게 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식e 신간을 기대했던 사람들 중에는 이런 '정치적'인 서적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그래서 책 서문에는 '이 책이 설령 많이 팔리지는 않더라도 널리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씌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많은 주제들이긴 하여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특히나 정치적인 압박이 심한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한쪽으로 많이 가버리면
자칫 지식e의 다음 편을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누군가의 압박 때문에 그렇게 되거나, 아님 안팔려서 그렇게 되거나 간에.


결국 이 책은,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준)필독서.
단지 상식을 쌓고 싶었을 뿐인, 사회문제 이야기가 불편하게 들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금서.


*여담 하나. 책띠에 보이는 '명사추천(유명한 사람들이 책에 대해 한마디씩 쓴 것들)'에는
당연한 듯이 진중권교수가 있고, 그 아래에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있다.
김태호 PD도 책한권 내면 재미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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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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