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슬럼프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정상적인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슬럼프가 오리라.
바이오리듬 같은 게 측정되고 하는 걸 보면
누구나 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조(躁)와 울(鬱)이 번갈아 가면서 찾아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기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훌륭하게 기분을 통제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을 통제하지 못해 눈에 띄게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괴로워한다.

나는 어찌보면 외적으로는 기분을 잘 통제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내적으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를 겪는다.
성격상 외적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것을 누구에게 발산하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약물(주로 술)의 힘을 빌려 겨우겨우 견뎌내곤 한다.

그렇지만 술이란 건 기본적으로 일이 다 끝난 밤에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일하는 도중에 슬럼프가 찾아오면 견디기가 힘들다.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어 보고, 피울 줄도 모르는 담배를 하나씩 얻어 피워 보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담배 따위가 내 기분을 진정시켜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하다가 슬럼프가 찾아오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답이 없다.
일하기도 싫고, 사람이 그리울 때.
전화선 너머의 누군가와 하는 딱딱한 이야기보다 감정이 담긴 따뜻한 한마디가 듣고 싶을 때.
나의 코를 맵게 하는 담배연기나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 모르는 술 한잔보다
나를 정화시켜주는 개운한 향기가 생각날 때.

답이 없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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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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