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손바닥만한 고시원에 살면서 지하에서 물건을 나르는 알바생활을 약 1년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일이 그렇게 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거의 매일 즐겁게 출근했었고, 신나게 일했으며 늦게 방에 돌아와 그 좁은 공간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다.
그때에 비하면 내가 살고 있는 방은 엄청나게 커졌고 일은 (적어도 육체적으로는)훨씬 편해졌으며, 급여는 훨씬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이 힘들다.

배가 불렀다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나이먹어서? 절대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않으니 그것도 원인은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면,
"목표가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몇년간 내가 꿈꾸던 일을 경험해오며 나는 이 일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급격히 목적의식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는 게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목표의식의 상실.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내가 이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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