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득 생각나서 6년 전 써놓은 글이 생각나 싸이월드를 뒤져 아래 글을 찾아내었다.
싸이월드란 서비스를 그닥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다이어리 만큼은 정말 열심히 썼었는데.
다이어리란 건 몇년 후에 읽어볼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물건이라
그때 꼬박꼬박 써 놓은 게 지금 찬찬히 읽어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기록이 되었다.

2005년에 썼던 글(일기)인데, 지금의 내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
그러게. 나는 왜 글을 쓰지 않을까.

2005.10.22 토(2005.10.23 02:39)

이젠 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고딩시절...
쉰내가 풀풀나는 남고생에게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담사이즈의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난 참 많은 이야기를 그 작은 공간에 적어댔다.
본격적으로 '일기'에 가까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게
2학년 2학기쯤때부터..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정말 간단하게
쓰기 시작한 건 거의 3년 내내였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정말 쓸꺼리도 없는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일상을 보내는데도
항상 쓸 공간이 없어 문제였었다.
 
군대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이등병, 일병, 그리고 상병시절.
주마다 하나씩 채워가라고 나눠준 수양록을
남들은 일병만 달면 때려치던 그 수양록을
나는 상병 말때까지 써제끼고 있었다.
저녁 여섯시에 일어나 아침 아홉시에 전투복을 벗고
몇분 되지않는 '개인정비'시간에도,
새벽 한시반에 끝나 남들 모두 자고 있는 내무실에서도,
난 그 코딱지만한 공간에 거의 매주마다
나의 울분을 토해내곤 했다.
그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충분히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의 글을 어딘가에 담아내는게 쉽지가 않다.
분명히.
교복을 입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혀있던 그 시절보다
할 이야기도 많고,
군복을 입고 밤과 낮을 바꾸어 살아가던 그 시절보다
쓸 공간도 많다.
그런데도 난 글을 쓰지 않는다.
 
한때나마 글쓰는게 내 길이라 생각했던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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