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나 재작년때까지, 소셜게임이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게임 개발사인 '징가' 가 IT비즈니스 쪽에서 주목받기도 했었고, '포스트 소셜미디어' 같은 영광스러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뭐 사실 지금도 소셜게임은 잘 나가는 것 같다. 한국에 한정된 사례이긴 하지만 타이니팜과 애니팡이 대박을 치고 있고, 특히 애니팡은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던 카카오톡에 꽤 쏠쏠한 돈벌이를 해 주고 있는듯 하다. 오죽하면 동물보호단체에서 애니팡을 가지고 드립을 쳤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애니팡을 들먹인건 주목효과를 노린게 아닐까 싶다. 실제도 아니고 도트로 찍어놓은 동물 면상이 터지는걸 보고 기겁한다는게 말이 되냐)
어쩌면 이제 안정화 단계로 들어선것도 같은 소셜게임. 근데 그게 망해간다니 무슨 소리냐.
뭐 물론 이제 아무도 소셜게임에 대해 블로그같은데서 떠들지도 않고(보통 그런건 한참 뜰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개나소나 소셜게임 만들겠다고 덤비지도 않는다. 자칭 '소셜미디어 전문가' 들도 이제 소셜게임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소셜게임이란 것 자체의 신선도가 떨어졌기에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이런 비즈니스적 상황과는 별개로, 소셜게임이라는 컨텐츠적 측면에서도 소셜게임은 더 이상의 혁신이 없거나 심지어는 슬슬 망해가는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인다. 그리고 이런 망조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소셜게임인 '타이니팜' 과 '애니팡'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니 이건 또 뭔소리냐. 애니팡이 뭘 어쨌다고.
소셜게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게임에서의 사회성(일명 '소셜함')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발전하는 플랫폼이라면, 이 플랫폼의 가장 큰 골자인 '소셜' 의 역할이 더 커지거나 아니면 더 혁신적인 영향을 미쳐야 할 거다. 예를 들어 예전엔 게임의 친구관계를 통해 하트를 받아오는 정도였다면, 지금쯤엔 크라우드 플레이(그냥 지껄이는 소리임. 이런건 없다-_-) 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지. 하지만 타이니팜과 애니팡을 보면, 소셜게임에 있어서의 소셜이란 그냥 '오락실 동전' 이었던 초기의 모델에서 전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예전부터 소셜게임을 해 오면서 불편한 점이 바로 이거였다. 소셜게임 내에서 친구가 서로의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게 고작 서로의 '동전' 을 대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실제로 친구에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대부분은 친구의 도움 대신 현질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카톡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애니팡 초대를 보내는 게 고작 게임 한 판 더하려는 이유 뿐이라는 것. 타이니팜에서 남의 농장에 가서 애정을 살포하고 오는 게 고작 내 애정 하나 늘리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애니팡 하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물론 하트에 굶주린 자들도 많지만), 소셜게임 내에서의 '소셜함' 은 대부분 일방적이다. 소셜함이란 양방향적인 속성 아니던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되는 게 바로 그놈의 소셜함 아니던가? '홍길동님이 보낸 하트'가 과연 홍길동이와 나와의 '커뮤니케이션' 에 포함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친구가 '오락실 동전'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소셜게임의 형태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는 건 '소셜게임' 의 한계를 드러내게 해 주고 만다.
(애니팡의 하트 주기 시스템은 정말 극악하다고 생각한다. 멀쩡한 사람을 약쨍이처럼 만듬-_-)
하다못해 타이니팜에서 네트워크 교배 시스템(내 동물과 친구의 동물을 교배시키는것) 정도만 있었어도 나는 소셜게임계에 획을 그을만한 작품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역시 친구란 내 게임시간이나 경험치를 조금 더 늘려주기 위한 동전에 불과하다.
한때 위룰 하느라고 알람 맞춰놓고 새벽에 일어나 작물을 수확할 만큼 열정(?) 넘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시간맞춰 농작물 수확하는 농장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언제까지나 플랫폼의 한 축을 이루는 '소셜'을 오락실 동전으로만 쓸 수는 없다. 소셜게임이란 멋들어진 타이틀이 너무 아깝잖아. 누군가가 어서 혜성처럼 나타나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판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나 말고.
<소셜게임에서 친구란 곧 오락실 동전에 불과하다>
posted by drunke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