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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신체검사가 제일 싫었다 제길>

나도 루저다. 루저도 등급이 있다면 1등급 루저랄까. 166cm밖에 되지 않으니.
그래서 요즘의 열화와 같은 루저 열풍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이내 곧 잊어버렸다.
왜냐고?
누가 콕 집어서 루저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 남자 키 166은
이도경씨가 방송에 나와서 뻥 터트려주기 전에도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상당히 부끄러운 신체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그 글을 써준 작간지, 아님 그 말을 자기 입으로 한 그 사람인지
너무 스케일을 크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딱잘라서 175만 했어도 이렇게 국민적인 열풍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아님 170으로만 잘랐어도 그냥 약간 술렁이다가 사그라들었을텐데.
얘네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속해있을 법한 범위인 180을 언급했다는 거다.
180이면 작다고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거든.
스스로 작은 키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그렇다고 요즘 세상엔 큰키도 아니지만)
듣보잡 같은 애가 티비에 나타나서 루저니 뭐니 드립을 치면 당연히 분노할수밖에 없는거다.
 컴플렉스가 별로 없었던 사람에게 컴플렉스를 뒤집어 씌웠으니.

그래서 난 현재는 루저란 말에 전혀 분노하고 있지 않고, 그 소식을 들었던 당시에도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니까.
어렸을 때도 키순서대로 섰을 때 5등 이내를 줄곧 유지해왔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큰다고 컸는데도 여자들의 킬힐 크리에 한없이 작아지는 생활을 30년이 다 되게 하고 있다보면
어차피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없는 인간이 떠드는 루저 같은 소리는 그냥 한귀로 흘려듣게 된다.
뭐 맨날 듣던 소린데.

다만
남자의 키가 그 남자의 인간적인 매력도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 세태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분노하고 있었고, 지금도 분노하고 있으며, 나중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분노할 것이다.
이건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
나도 초딩때부터(난 국딩이었다) 날마다 최소 500ml이상의 우유를 마시면서 자라왔고,
키큰다는 꿈(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높은데서 떨어지는 꿈 꾸면 키가 큰다고 하더라)도 수없이 꾸면서 살아왔고,
중딩때는 키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소리에 눈물겨운 실력으로 선수급(?) 친구들과 농구를 하며 커왔다.
근데 어쩌냐. 날 때부터 작게 될 팔자였는지 아님 나중에 뭔가의 이유로 갑자기 작아졌는지는 몰라도
내가 크기 싫어서 안 큰건 아니란 말이다.
노력해서 컸을것 같으면 진작에 피똥싸게 노력해서 야오밍이 되었겠지.(야오밍은 좀 그런가-_-)
키가 작건 크건 그건 정말 한 인간의 깨알같이 많은 것들 중 하나의 능력치일 뿐이다.
키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아주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란 말이지.
근데 적어도 대한민국의 사회에서는 당연하게도 키가 무슨 능력치 게이지도 아니고 클수록 더 잘났을 거라 생각한다.
비단 저 이氏의 경우만이 아닌 것이다.
어렸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이거다. "아유, 조그만 녀석이 똘똘하네~"
별 생각없이들 하는 말이겠지만, 이 말 속에는 키가 작아서 별거 없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똘똘하네라는
숨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키가 작다고 멍청한건 아니잖아.
키 큰것도 마찬가지다. 키가 큰데 아둔하면 '허우대만 멀쩡하네"
키가 크면 똑똑해야 하는건가? 그것도 아닌 거다.
키는 말 그대로 신체적 '조건'의 하나일 뿐이지 신체적 '능력'은 아니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남녀를 불문하고 키가지고 따지는 사건사고들에는 늘 분노해왔다.
여자들 취직할때 신장제한 있는것도 그렇고.
뭐 군인 스튜어디스(요건 좀 아리까리하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니) 이런 직종은 특성상 신장제한이 필요하다지만
회사 비서 뽑고 사무직 뽑는데 신장제한이 있다니 이건 뭐냐.
진짜 이번 루저사건을 계기로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작은 여자들은 좀 들고일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마 사회에서 작은여자들을 무시하니깐 여자들도 키작은 남자를 무시한다 이딴 드립 날리는 인간은 없겠지?


아무튼, 키작은 남자 컴플렉스를 재차 일깨워주긴 했지만 루저사건은 나에게 있어 그냥
쏟아져나오는 각종 패러디물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즐거운 사건일 뿐이었다.
정말 다시금 대한민국의 '네티즌 수사대'와 디씨인들의 위용을 느낀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 네티즌 수사대란 말을 극히 싫어하는데, 뭐 다들 그렇게 부르니깐.
 왜 할일없이 남들 사생활 캐내서 물어뜯는지 원.)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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