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의 골목길은 참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지친 몸을 이끌고 지나가야 하는 귀가길에 불과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행복한 길일 수도 있겠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혹은 그녀)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무대일 수도 있고(부르르...-_-+),
어떤 사람에게는 뒤따라오는 사람이 왠지 두렵고 무서운 빨리 벗어나고픈 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저에게 있어 늦은 밤 골목길은
그냥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생각나는, 그래서 한번쯤 찍어 보고 싶은 그런 존재입니다.
워낙 이런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음지 지향의 인간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래서 이번 사진들은, 늦은 밤 골목길 사진들입니다.

명동에서 남산 올라가는 길에 찍은, 숭의여대 앞 골목길입니다.
종로 명동 이쪽은 오래된 시가지이다 보니, 이런 오래된 골목길이 꽤 많습니다.
사실 구획정리가 잘 된 강남 같은 곳의 길이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고 안전한 길일 테지만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오래된 길이 훨씬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뭐 저야 골목길에서 치한 걱정할 일은 일단 없으니깐요.


이건 저희 집 근처의 골목길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도 오래된 동네라,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분명 블록별로 길이 되어 있긴 한데, 그 가장자리로 꾸역꾸역 들어가는 골목길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길은 제가 퇴근길로 이용하는 길인데, 가끔 앞에 젊은 여자가 지나가면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저를 의식하고 있다는걸 눈치채게 되면 어지간하면 저 역시 걸음을 재촉해 확 앞질러버리곤 합니다.
아무래도 뒤에서 졸졸 따라가는 것보다는 앞에서 보이는게 좀 더 안심이 되겠죠?


역시 명동에서 남산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남산 쪽에는 이렇게 가파른 계단도 꽤 여러 군데 있습니다.
요즘 계단처럼 계단 끝부분에 마감처리(보통 금속재질의 마감재가 계단 끝부분에 대어져 있죠)같은 것도 없고,
오로지 '공구리' 콘크리트로만 이루어진 계단입니다.
사실 좀 위험한 계단이죠. 가파른 데다가 군데군데 깨져있기까지 하니.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찍는 입장에선 그럭저럭 괜찮은 그림이 나오는 좋은(?)계단입니다.


역시 명동 뒤쪽의 길입니다.
이쪽은 계단이라기보다는 그냥 가파른 길 정도에요.
길 가장자리로 가정집도 있고, 오래된 음식점도 있고, 무슨 노인 쉼터 이런 데도 있습니다.
막 가로등이 켜진 시간이라 밤 골목이라고 하긴 좀 뭐할라나요?
하긴, 앞 사진도 비슷한 시간대에 찍었으니 그냥 저녁 골목이라고 해 두죠;;


근데 막상 늦은밤 골목길이라고 포스팅을 하려니 늦은밤 골목길 사진이 별로 없네요;;
제가 쓰는 카메라가 야간에는 노출계조차 보이지 않는 구닥다리 카메라다 보니 어두운 밤에는 사실
찍고 싶어도 여건상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많이 찍어야겠습니다. 털썩.
그냥 늦은밤 골목길 그런건 잊어버리고 그냥 사진만 봐 주세요.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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