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렸을때부터 지하철을 되게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땐 광주에 살았었는데, 방학 때마다 서울 이모집을 놀러왔더랬죠.
덕분에 꼬박 광주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선진 위락시설(?)들을 일찍일찍 경험하면서 자라났죠.
뭐 '랜드'니 '월드'니 하는 곳들도 두루두루 거쳤고, 빌딩이니 타워니 하는 곳들도 가봤지만
어렸을 적 제 인상에 가장 깊이 남은 서울의 시설은 지하철이었나 봅니다.
광주에 와서는 지하철 안내방송을 따라하거나 기차 가는 소리(덜컹덜컹 하는 소리. 예전엔 났었나보죠;)를
입으로 흉내내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서울의 거미줄같은 지하철을 동경하면서 자라와서일까요.
카메라가 제 손에 들어온 이후, 꽤나 많은 컷을 지하철 사진에 소비했습니다.
노출부족과 수전증을 감수하면서, 저번엔 사진 찍으러 지하철을 타고 빙빙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몇 장의 지하철 사진들입니다.

전 2호선 열차정보안내판을 되게 좋아합니다.
요즘 다 LCD나 LED로 안내판이 바뀌는데, 2호선만 아직까지도 아날로그식을 고수하고 있죠.
물론 몇몇 역사에서는 LCD안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저 아날로그식과 병행해서 사용중입니다.
예전 공항 스타일의 촤라라락~ 하는 스타일의 열차 행선지 안내판,
강렬(?)한 붉은 빛을 발산하는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안내문,
그리고 어쩐지 88올림픽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RADO'의 상표가 박힌 아날로그 시계까지.
온갖 휘황찬란한 디스플레이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몇 안 남은 아날로그 디스플레이라서 그런지
유독 정이 갑니다.
하지만 또, 언제 바뀌어버릴지 모르겠네요. 워낙 이런 게 자주 바뀌니.

출발하는 기차에 대고 냅다 셔터를 눌렀습니다.
찍고 나서는 '근데 이거 왜찍은거지'라고 했는데 어쩌다 교묘하게 문 위치가 맞았네요.
움직이는 지하철을 보고 있으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안에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되면 그때부터 팟 하고 사람들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시각능력)을 기르기 위해 항상 들어오는 열차 내부에 눈을 집중하고 있죠.
(근거없는 훈련법입니다-_-)

요샌 역사마다 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거 별로 안 좋은거 같아요. 역사 내부도 공기순환이 안되서 더워진거 같고.
건너편 사람들을 구경하기가 힘든 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 열차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한번 꼈더니 그담부턴 매우 맘에 안듭니다 이거-_-
뭐, 사람들 사고나서 다치고 죽는것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되면 앞으로는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한 용감한 시민'은 나올 수가 없겠네요.

2호선 지상역사중 하나인 뚝섬역의 전경입니다.
전 또 개인적으로는 지하역사보다 지상역사를 더 좋아해요.
지하역사는 창밖으로 구경할 거리도 없고, 그냥 다 똑같아 보여서 재미가 없습니다.
지상역사는 환하기도 하고, 구경할 경치도 있는데다가 지하철이 진입하는 모습이 멀리서부터 보여서 좋아요.
거기다가 보너스로 대부분의 지상역사는 다 오래되서 좀 고풍(?)스런 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주변 주거환경의 측면에 있어서는 지하역사가 더 바람직한 형태겠죠?

2호선 열차가 역사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역시 뚝섬역에서 찍은 모습인데, 전기배선용 철골 구조물과 신호등이 모두 보이는군요.
저런게 좀 있고 해야 '기차 다니는 역이구나'하는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지하 역사는 너무 깨끗하기만 해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눈, CCTV 카메라입니다.
지하철 역사 내에는 정말 많은 수의 CCTV카메라가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죠.
플랫폼에 있는건 감시용이라기보다는 열차 기관사가 출입문 개폐 확인용으로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사 정차 위치에 보면 CCTV화면 몇 대가 준비되어 있다가 열차가 정차하면 화면이 켜지며 플랫폼이 보여지죠.
그렇지만 분명히 감시나 방범의 목적으로 설치된 것도 있을 겁니다.
언제나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는'눈.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쁘네요.

상단 전력선에 붙은 고전압 경고 안내문.
찾아보니 지하철에 들어오는 전압이 교류 25000v라고 하네요.(국철, 1호선 지상구간의 경우)
이 사진 찍은 역이 용산-팔당 구간에 있는 옥수 역이니 25000v짜리 고압선입니다.
220v맞아도 짜릿하던데(어렸을때 한번 맞고 집에 있는 두꺼비집 내려간적이 있죠;;)
25000v는 맞는 순간 즉사겠군요;;;;;
근데 저 고전압 경고 안내문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 보입니다.
저거 색 바랬다고 교체하고 그러지는 않나 보죠.

용산-팔당선의 망우역입니다.
화물용 노선인 '망우선'의 분기점이라 화물용 플랫폼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역사도 이용률에 비해 엄청 큰 편이죠.
이  역은 전철역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일반 기차역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네요.
상단에 전력선도 어지럽게 널려있고, 철길 분기도 여러 갈래로 되어 있는걸 보니
정말 기차역의 분위기에 더 가깝습니다.

지하철(전철)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물론 더 찍은건 많지만, 그래도 그나마 봐줄 만한 것들이 이것들 뿐이네요;
다른 지역에서는 '여행'을 생각하고서야 볼 수 있는 '기차역'을 마실 다니는 기분으로도 볼 수 있는 서울은
참 복 받은 도시인것 같습니다.(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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