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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요즘 TV프로그램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무한도전이다.
뇌이버 블로그같은 데 보면 심심치 않게 무한도전 포스트를 발견할 수 있고,
무한도전이 끝나자마자 '네티즌 시청소감'운운하며 무한도전을 팔아 밥먹고 사는 인터넷신문도 허다하다.
저번에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을 때 무한도전이 결방을 하자
수많은 팬들이(특정 오락프로그램에 이렇게 팬이 생기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인터넷상 여러 공간에서 난동(?)을 부려
월드컵마다 전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축구를
'그깟 공놀이'취급하기도 했다.
아무튼, 내가 드라마 등은 잘 보지 않고 별 관심도 없어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쇼프로그램에서의 무한도전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나도 무한도전 즐겨보고, 매우 좋아하기는 한다.
나는 그 말로만 전해지는(?)'시청률 4%시절' 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지하철과 달리기시합을 하던
그때부터 무한도전을 보아온 나름 '골수 시청자'다.

하지만,
이번 연말에 MBC가 보여준 '무한도전 우려먹기'는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MBC의 각종 연말 시상식에 빠짐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시상식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섯명 전원에게 공동시상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부담없는 선거방송'이란 명목 하에 별로 어울릴것 같지도 않은 대선방송에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요즘 MBC가 무한도전을 써먹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
예전 MBC에 의해 과도하게 남용되어 수명을 다해버린 몇몇 케이스가 생각난다.
대표적인 게 몇년 전 강변가요제(대학가요젠가?-_-)에서 대상은 먹지 못했지만
독특한 노래와 괜찮은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익스'라는 밴드다.
밴드의 리드보컬인 '이상미'가 주목을 받게 되자
한참 황우석 사태 등으로 어수선하던 MBC는 그야말로 이상미를 '풀(full)로'써먹는다.
오죽하면 밴드하던 애를 데려다가 시트콤까지 찍었을까.
(논스톱 끝나고 새로 하는 시트콤에 노홍철 등과 함께 투입되었었다. 덕분에 쫄딱 망했음)
결국 대학가요제 출신이면서도 방송에서 노래보다는 딴짓을 더 많이 해야만 했던 이상미는
너무 남발되었던 탓에 얼마 못 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솔로음반이 나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익스'는 기억해도 그녀의 신보는 모르더라)

지금 무한도전을 보면 불현듯 그 생각이 스친다.
물론 무한도전과 이상미를 같은선상에서 놓고 따지기엔 좀 그 성격이 다르지만
MBC에 의해서 과도하게 '우려먹힌다'는 점에서는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난 그 무한도전 멤버 전원이 수상한 시상식은 보지 못했지만
말일날 방송된 가요프로그램(시상식은 아니었다)은 거의 끝까지 시청했다.
이 가요프로그램은 그 자체로도 일본의 홍백가합전인가 하는 유명한 연말 프로그램을 연상하게 하는
구성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그밖에도 무슨 smap의 뭘 표절했다느니 하는 논란도 있더만)
'진행자'로 불려나온 무한도전도 심히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진행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진짜 말그대로 '진행자'에 불과한 위치에
일곱명(윤은혜가 아주 어색하게 무한도전 사이에 '껴'있었다)씩이나 되는 인간들이 우루루루 몰려나와
어색하게 짜여진 퍼포먼스들을 해대는 꼴들은
무한도전 프로그램에서의 여섯 남자들을 즐겨보는 나로써는 상당히 보고 있기가 불편했다.
도대체 왜 그들이 그 늦은 시간에 우루루루 몰려나와 세시간여 동안
별로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그런 짜여진 퍼포먼스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이렇게 성격에 맞지 않는 짓에 우려먹히는 무한도전은
가수이면서도 음악 이외의 활동을 더 많이 해야만 했던 익스의 그것과 너무 상황이 닮아 보인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안에 있을 때에 가장 재미있고, 빛이 나는 거다.
지금처럼 MBC가 무리하게 무한도전 브랜드를 MBC를 위해 남발한다면
무한도전은 얼마 가지 않아 '유한도전'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MBC는 너무 뼈까지 발라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인기있을 때 바짝 써먹어 놓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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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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