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 소문이 아닌 포스터를 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가 굉장히 오랜만이었던지라
나름대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걸리적거리는 게 많은 영화였습니다.
딱 제목에 써 놓은 12자가 영화를 보고난 직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매력적인 소재, 아쉬운 현실감.
사실 전 영화 보러 들어가기 전에 심야의 FM이라는 제목과 '제한된 2시간'이라는 카피 때문에
리얼타임으로 흘러가는 (최소한 시간의 흐름은 명확히 인지할 정도의) 영화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쯤부터는 영화 속에서 시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간개념이 흐트러져 버리고 맙니다.
영화 마지막에 시계가 보이며 그제서야 이 영화의 모든 것들이 2시간 안에 들어있었던 거라는 걸 일깨워 주지만,
그걸 보고 순순히 수긍하기에는 영화에 담겨 있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시계를 보며 '뭐야, 이제 4시야?'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 게 시간감각을 잃게 만든 큰 원인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 중반부 수애가 스튜디오를 뛰쳐 나오는 순간부터
영화속의 시간은 블랙홀로 빠져들고 말았다는 생각입니다-_-
전 도중에 기자들이 들이닥치고, 뉴스에 특종이 보도되는 그순간부터 완전히 시간감각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이유는 그거 같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서도 그런 기대를 했었고, 실제로도 영화가 그냥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끝나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라디오 스튜디오라는건 굉장히 폐쇄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밖에서 훤히 보이는 공간이긴 하지만
방송이라는 상황적인 배경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어야 하는, 그런 느낌의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홀로 연쇄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훨씬 스릴러스러운 느낌은 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근데 스튜디오 밖에 나가서 카체이스도 하고, 총질도 하고, 스너프 필름도 찍고, 특종도 잡고...
볼거리는 많아졌을지 몰라도 스릴러 특유의 섬뜩함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딱 요 공간에서만 영화가 끝났으면 어땠을려나요..ⓒ주말의명화>
설상가상으로 시간감각이 상실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영화의 현실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 몇 가지 연출되면서 영화의 현실감은 공중에 붕 떠버리고 맙니다.
스튜디오에서 방송하다가 몇분만에 짐싸들고 나가서 중계차를 준비한다던가,
(중계차 방송이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건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되는건가요?-_-)
중계차 방송도 모자라 무선마이크를 들고 야외에서 DJ멘트를 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당장 전화기 들고 담배피러 밖에 나가도 듣는 사람이 바로 알아채는데,
스튜디오 안-야외의 음향차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청취자들이 있을까요?
(야외로 마이크 들고 나갔을 때에는 아직 라디오방송이 '그나마' 정상 운영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도중에 PD가 대타 DJ방송의 선을 뽑아버려 꽤 오랜 시간동안 삐 하는 소리가 방송이 되었었는데,
라디오 방송이란게 그렇게 선 몇개 뽑아버리면 정파가 될 정도로 백업 시스템이 허술한 건지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 중에 하나였고요.
영화란 걸 감안하더라도, 스릴러 무비란게 현장감이 있어야 섬뜩한 느낌이 사는거 아닐까요?
영화 보고 나오면 밤길이 무섭고, 좀 뒷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가 못했습니다-_-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튜디오 안에서 해결되었으면 좀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듭니다.
스튜디오 밖으로 뛰쳐나감으로써 결국은 방송사고로 이어지고,
그와 함께 극적 긴장감을 줄 두 요소 중의 하나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족과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방송을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두 가지 긴장감.
영화 안에서 유지태도 말하지만 너무 방송 진행자로써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어요.
가뜩이나 수애는 프로페셔널한 방송인으로 묘사가 되는데 말이죠.
개인적인 취향에서 오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과 (사고가 용납되기 힘든)방송이라는
상황이 가진 긴장감을 너무 허무하게 갖다 버리는 통에
그냥 가족이 하나하나 죽어 나가는 (어찌보면 흔한)
살인마 스릴러 무비 이상이 되지 못한 범작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가족이 인질로 잡히고, 범인의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인질이 죽어나가는 시나리오에서는
굳이 주인공이 마지막 FM방송을 진행하는 DJ가 아니어도 되는 거거든요.
'FM방송 DJ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또 하나의 부담감'을 충분히 활용했으면
더 스릴 넘치는 스릴러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배우들에 대해선 별말 않겠습니다.
다만 범인이 '무서운 새끼'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이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