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것도 '돈' 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개탄스럽게 생각하지만, 돈은 돈 자체로는 그냥 종이쪼가리 혹은 금속 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그 종이쪼가리(요즘은 그냥 숫자로만 존재하기도 한다)를 숭배하고, 인생의 최우선순위에 놓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인 거겠지.

 아무튼, 이렇게 돈이 삶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돈' 을 우선순위에 놓다 보니 많은 것들이 돈에 우선순위가 밀려 무시당하는 일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돈과 사람의 품이 교환되는 고용현장이나 서비스업 현장의 경우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돈을 생각의 우선순위에 놓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 써 놓고 보면 당연한 소리일 것 같은데, 우리는 이걸 간과하고서 산다.


 먼저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학을 떼는 존재인 '진상고객'.

 물론 진상고객(고객이란 말을 붙여야 할 지도 의문스럽지만)은 그 사람의 됨됨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그 사람의 사고체계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 돈에 대한 귀중함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란 가정을 해 볼 수가 있다. 한 가지 상황을 만들어 보자. 만약 내가 어느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사는 상황에서 사고체계상 돈이 우선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대해 가정을 해 보자.


 1. 사고체계에 돈이 우선순위일 때

  1) 내가 돈을 냈다.

  2) 돈을 받았기 때문에 직원은 나에게 그 돈의 액수에 상응하는 양의 커피와,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 가 생긴다.

    (보통 '서비스' 에 대한 가치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그 '서비스' 를 최대치로 상정한다)

  3) 그 둘 중에 하나라도 내가 지불한 돈의 가치에 미달한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컴플레인, 그게 발전하여 '진상' 을 부린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 제기)

  4) 혹은, 내가 지불한 액수 대비하여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재화와 서비스를 받아내기 위해 의도성이 있는 '진상' 을 부린다.

    (이들을 블랙 컨슈머라고 한다)

 즉, 사고체계에 돈이 우선일 경우에는 그 뒤에 따라오는 서비스와 재화가 나에 대한 '의무' 가 된다. 그러므로 우월성을 가지게 되고, 그 때문에 진상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많아진다.


 그럼 돈이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도 한 번 생각해 보자.

 2. 사고체계에 돈이 우선순위가 아닐 때

  1)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제공받고, 그에 더하여 직원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2)그 댓가로 그 커피(재화)와 제공받은 서비스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하였다.

  3) 상황 끝.

 이와 같이, 돈이 후위에 밀려 있을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분쟁의 여지라고 하면 표시되어있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서비스 제공자측에서 요구하는 상황 정도일텐데(바가지), 뭐 요즘 도시에선 바가지 요금은 거의 없어졌으니 무시해도 되겠다.


 물론 이건 생각의 과정을 극단적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지만, 돈을 앞에 놓으면 어찌되었건 분쟁의 여지가 많다는 건 명백하다.

 이건 고용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지불하는 돈이 우선순위에 있다면, 고용주는 같은 값으로 피고용인을 최대한으로 활용(효율성 증대)해야 하므로 근무강도가 높아지고, 기본적으로 '돈을 받았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마인드가 박히게 된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피고용인의 노동이 우선순위에 있다면 피고용인은 급료를 받아서가 아니라 '급료를 받을 것을 기대하며' 일을 하게 되고(보통 대부분의 직장에선 급료가 후불이다), 당장의 상황에선 고용주가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아직 돈을 준 게 아니니까). 그리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고용주가 그 노동에 대한 댓가로 급료를 주게 된다. 단순히 생각의 순서를 바꿔 놓은것 뿐이지만, 상황은 극적으로 변화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고용주의 횡포에 괴로워하고, 많은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이 고객들의 진상짓에 괴로워하며, 많은 '을' 들이 '갑질' 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다 돈이 생각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돈, 중요하고 또 중요한 건 맞는데 돈도 사람 살자고 만들어놓은 것이지 그게 절대 생각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요새 모 후보가 '사람이 먼저다' 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정말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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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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